[시론] 공수처가 검찰 개혁 위한 '전가(傳家)의 보도(寶刀)' 아니다 조회수 : 776
등록일 : 2017.02.22 02:00
 
오영근 한양대 교수

오영근한양대 교수

올해 새 정권이 출발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전 정권 교체 시기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검찰개혁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국민에게 봉사하는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대다수 검사들을 위해서라도 검찰개혁은 시급하다. 정치검사, 뇌물검사, 전관예우를 받는 검사들로부터 국민들도 피해자이지만 대다수의 양심적인 검사들이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라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검찰개혁은 다음의 세 가지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첫째,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둘째, 검찰 권한의 합리적 조정 셋째, 검찰의 청렴성 확보 등이다. 이 세 가지는 서로 맞물려 있는 것이라 효과적인 검찰개혁을 위해서는 함께 추진돼야 한다.
 
현재 모든 대선주자가 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공수처의 도입은 근본적인 검찰개혁 방안이 될 수 없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나아가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은 제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공수처에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묘안이 있다면 검찰에도 그러한 방안을 적용하면 되고 굳이 공수처라는 옥상옥의 기구를 둘 필요가 없다. 검찰에 그러한 방안을 적용해 효과를 거둘 수 없다면 그것을 공수처에 적용해도 효과를 거둘 수 없을 것은 마찬가지이고, 나아가 새로운 조직의 도입은 국민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다.
 
현재 제출된 공수처 법안의 내용을 언뜻 보기만 해도 위와 같은 우려가 결코 기우에 그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법안에 의하면 공수처장을 국회가 단수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이로써 공수처가 청와대로부터 독립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국회로부터 독립할 수는 없다. 특히 국회 재적 의원 10분의 1 이상(30명 이상)의 수사 요청이 있으면 공수처는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이는 공수처가 국회에 종속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수사의 중립성은 대통령으로부터뿐만 아니라 국회로부터의 중립도 의미한다. 막말, 편 가르기, 패권주의 등으로 국민의 불신을 가장 많이 받는 국가기구가 국회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몇 사람 국회의원에 의해 수사기관이 좌지우지된다면 그것은 국가적 재앙이 아닐 수 없다.
 
둘째, 위와 같이 공수처는 태생적으로 정치적 영향력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운명이지만, 현실적으로도 정치권의 입장에서는 검찰을 장악하는 것보다 공수처를 장악하는 것이 훨씬 쉬워 보인다. 방대한 조직과 지휘 체계를 갖추고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의 제한, 검찰총장 임기제, 검사동일체의 원칙 등 외부의 부당한 영향력으로부터 검찰 조직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마련돼 있는 검찰보다, 공수처장과 20명의 특별검사로 구성된 공수처를 장악하는 게 훨씬 더 쉬울 것이기 때문이다.
 
올바른 검찰개혁을 위해서는 검찰의 문제점과 원인들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책을 세우는 것이 원칙이고 우선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검찰총장 나아가 검사장 직선제, 검찰총장의 임기 연장, 검찰총장 임명에 대한 국회 동의, 청와대 파견검사 재임용 제한, 평생검사제의 확립 등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공수처의 도입에 앞서 위와 같이 현재 있는 제도들을 실효성 있게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의 도입과 활성화 방안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 중 어떤 방법으로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때에 비로소 공수처의 도입을 생각해도 늦지 않다.
 
검찰의 중립성이나 독립성과 관련해 간과할 수 없는 것은 경제 권력으로부터의 중립성과 독립성이다. 검찰의 정치적 편향성은 쉽게 눈에 띄지만 경제 권력에의 종속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정권은 5년에 불과하지만 경제 권력은 세습을 한다. 재벌들은 직접 검찰에 로비를 하기도 하지만, 언론이나 학연, 지연을 동원해 자신들이 원하는 수사나 재판의 방향을 여론으로 포장할 수도 있다. 검찰을 퇴직한 후 변호사 개업을 생각하는 검사는 정치 권력보다는 경제 권력에 대해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전관예우도 결국 경제 권력에의 종속으로부터 나온다. 전관예우란 현관(現官)의 부패를 의미한다. 전관과 현관 사이에 오가는 것이 없다면 전관은 예우가 아니라 기피의 대상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공수처도 전관예우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왕 검찰개혁을 할 바에는 이러한 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올바른 검찰개혁을 위해서는 보다 신중한 연구, 검토가 필요하다. 공수처안은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 개혁안이다. 섣부른 개혁은 결국 개악의 결과를 초래하고 이는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던 것을 수없이 봐 왔다. 있는 조직으로 성공하지 못한다면 없는 조직을 도입해도 성공할 수 없고 얼마 후 또다시 없는 조직의 도입을 주장하게 될 뿐이다.
 
오영근 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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